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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미국 멜로, 로맨스 영화입니다. 어른들의 뜨거운 로맨스와는 다른 순수한 아이들이 그린 애정과 그 사이의 성장통을 통한 교훈을 더불어 느끼게 해 주었던 영화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로브라이너 이며 미국에서 2010년 개봉되었지만 극장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7년 후인 2017년에 개봉하였고, 2021년 재개봉까지 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전문가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제작비에 비해 수입이 저조해서 흥행에는 실패했던 작품입니다. 웬델 린 반 드라넨의 2001년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까지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7살 소녀 줄리가 사는 동네에 이사 오게 된 브라이스를 보고 줄리가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브라이스의 시각과 줄리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각자 다른 첫 만남의 느낌을 전하는 첫 부분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줄리의 당차고 솔직한 매력으로 인해 브라이스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첫사랑을 대하는 자세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할 수 있다는 첫사랑은 저에게는 안타깝게도 없었지만 줄리 같은 사람이라면 반할만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내면이 단단하고 따뜻하며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과 깊이 있는 매력적인 아이입니다.
첫사랑은 살면서 한 번쯤 겪는 것인데 그중 어떤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는 첫사랑 얘기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극 중 브라이스는 줄리가 너무 부담스럽고 고리타분한 아이로 밖에 생각하지 않지만,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줄리를 특별한 아이로 생각하며 좋아해 줍니다. 그 계기로 브라이스는 줄리에 대해 평소보다 조금 더 깊게 관찰을 하게 되고 마음의 변화가 생깁니다.
수줍기만 한 여자아이의 이미지와는 달리 주인공 줄리는 당차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아이입니다. 7살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브라이스에게 반하고 중학생이 되는 현재 시점까지 좋아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반대로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싫지만 앞에서는 자기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아이입니다. 인상적인 스토리와 그 속에서의 성장, 작품성으로는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영화보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 작품은 로맨스 이상의 동화 같은 잔잔한 교훈이 담긴 영화였습니다.
전환의 표현기법
플립은 좌우, 상하로 뒤집힘, 새로운 장면의 전환이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 표현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면 브라이스가 줄리에 대한 감정과 상황 또는 느낌이 뒤집혀 버리면서 완전히 반했다 라는 뜻이 새롭게 연결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풋풋한 어린아이의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좋았던 부분은 브라이스와 줄리의 시선이 전환되며 내레이션을 각각 한다는 점이 새로운 즐거움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어느 한쪽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만큼 두 사람의 성격과 시각이 다르고 환경 또한 다릅니다. 이런 전환의 기법은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출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목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보면 조금 더 영화를 흡수하기 편안할 것입니다. 관심 없던 한 사람에 대해 생각이 바뀌며 마음까지 바뀌어버린 주인공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가미된 전환의 표현은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상반된 두 사람의 가치와 개념이 시간이 지나며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실망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반면에 성숙함과 사람의 진가를 보는 법을 배우며 줄리에 대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브라이스가 대비되는 것 또한 계속적인 플립의 연속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가정 또한 상반된 느낌으로 보입니다. 줄리 가족은 화목하고 서로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자유로운 가정인 반면, 브라이스는 풍족하긴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메말라 있는 면을 보여줍니다. 소통이 단절된 가족이라고도 보일 정도입니다. 대비되는 두 가족과 두 사람의 감정 심리 변화가 흘러가며 소소하고 미소 짓게 만드는 해피엔딩 로맨스였습니다.
간결한 따뜻함
줄리가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가 풍경을 보는 장면은 말로 표현 못할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것을 그대로 느끼는 순수한 모습에 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줄리는 정말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며 나누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베어졌고 줄리는 큰 슬픔에 빠지지만 아버지가 나무 그림을 그려주며 위로를 받게 됩니다. 남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나무 일지라도 그 아이에겐 소중했던 것입니다. 가치를 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어떠한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소중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줄리는 자신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그 나무를 잃은 슬픔을 절실히 느끼고, 아버지가 그려준 나무 그림에 대한 정성 또한 감동을 하게 됩니다.
정말 이렇게 진실하고 순수한 모습을 한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무지개 빛이 나는 사람을 발견하면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정말 진실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빛은 상대에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소중한 가치이고 대신할 수 없는 큰 기쁨의 의미가 됩니다. 영화는 어떠한 큰 기교 없이 자연스럽고 가벼운 이야기들 속에서 작은 교훈을 조금씩 흘려주는 간결하면서도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