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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나라의수학자

 

믿고 보는 최민식 배우는 임팩트 있는 역할을 뒤로하고 힘을 뺀 잔잔한 느낌의 연기로 영화에 출연하여서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이름의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의 초첨을 두고 보면 조금은 실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수학과 입시문제 또는 탈북이주민 등 여러 가지 소재가 등장함에 따라 조금은 개연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답만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과정의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수학적 증명 또한 과정 없이는 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하며 우리의 인생과 삶에 대입해 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선명함 보다 얇은 흐름 속에서 주는 단일적인 메시지로 본다면 그래도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2022년 3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대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연기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과 신예 배우들이 나옵니다.

 

배우의 포지션 조합은 영화에 잘 어울리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이 대한민국에서 그 많은 과목을 뒤로하고 수학이라는 학문을 집어넣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한 인물의 반전 이미지를 선보여 흥미를 끌었습니다. 어느 한 소재를 완벽하게 정리하는 쪽은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 또한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학의 매력

 

리학성(최민식)은 자율 사립형 고등학교에서 경비일을 합니다. 한지우(김동휘)는 학교 학생으로 수학 성적이 낮아 담임 선생님께 전학까지 권유받게 되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한 달 기숙사 퇴소를 당하게 됩니다.

 

짐을 싸서 집으로 가지만 자신이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상위 1%인 학교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엄마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일단 집을 다시 나와 학교로 갑니다.

 

거기서 리학성과 마주치며 사정을 듣고 하룻밤 같이 지내게 되고, 리학성이 지우가 가지고 있던 수학 시험지에 문제를 풀어내며 지우는 리학성이 대단한 수학 실력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후 끈질긴 노력 끝에 리학성에게 수학을 배우게 되는데 리학성은 학교 시험이나 대학교를 목표로 하는 가르침보다 수학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존재와 다르게 영화에서는 수학이라는 것을 생각만 다르게 하면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주고 그 친근함으로 여러 사물에도 수학적 요소가 있고 음악도 수학이라는 것을 어필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수학은 몸으로 직접 부대끼고 익혀야 한다는 말도 우리가 원하거나 배우고 싶은 것, 가까이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일맥상통하는 과정에 핵심을 두게 합니다.

 

 

설정 중에서 입시에 치열한 학교의 많은 과목 중 왜 수학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학을 전혀 못하는 학생이 수학자에게 배워 뭐라도 하나 이루는 내용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런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수학은 우리에게 사실 조금 어려운 과목, 공식을 대입해 단일된 하나의 정답을 맞혀야 하는 과목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수학은 끊임없이 도전하여 증명하는 것이고 그렇게 노력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고 풀어내는 용기에 관해서도 얘기합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거의 은둔하다시피 하는 리학성도 유일하게 놓지 못하는 것도 수학이고 바흐의 음악이었습니다. 수학도 음악이라며 원주율 악보를 보며 피아노 치는 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 공들여 생각하는 시간과 꼼꼼함으로 포기하지 않고 느긋한 여유를 느끼며 집중하여 푸는 과목, 실패했어도 반복해서 풀어나가려는 수학적 용기를 언급하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수학적 매력을 알게 해 줍니다.

 

 

존재를 증명하기

 

영화에서는 수학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에서 학교에서의 가르침의 방향, 그리고 탈북자에 대한 존재, 사회적 배려자에 대한 차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나오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강한 메시지가 없어 미약한 느낌으로 보입니다.

 

리학성은 존재를 숨기고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한지우 학생을 위해 마지막에 존재를 내비치게 됩니다.

남한으로 내려와 아들과의 충돌이 있었고 아들은 다시 월북하기 위해 헤엄을 치다가 사살됩니다. 리학성이 거북이를 키우는 것과, 아들이 좋아하던 딸기우유를 매일 마셨던 것은 그리움도 있었겠지만 평생에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짐이었던 것입니다.

 

지우는 사회적 배려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른 고액의 과외를 받는 학생보다 뒤처지지만 리학성에게 수학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리학성과의 소소한 좋은 착한 감정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다른 사람의 슬픔을 못 보는 것처럼 둘은 각자 나름의 슬픔을 안 고사는 인물들입니다. 

 

수학에서의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실패를 거듭하며 증명해 내었던 것과 같이 두 인물은 서로의 슬픔을 알고 보듬어 주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존재를 증명하게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은둔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쯤 아들이 키웠던 거북이를 방생하며 수학자임을 드러내는 리학성의 결단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수학을 타이틀로 이어져 나가긴 하지만 무엇을 위한 영화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사회적 배경 그리고 이야기의 소재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영화로 압축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요소가 중요한 것인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없게 되었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을 이해시킴으로 작게나마 인물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에 흡사한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만족하며 나름대로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감성 드라마 영화였습니다.

 

 

선한 느낌의 영화

 

반전의 이미지인 리학성은 천재 수학자입니다. 예고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지만 영화가 어떤 흐름인지는 확실히 예상되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학을 못하는 학생이 천재 수학자를 만나 극적으로 수학에 달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너무 판타지스러운 극적인 뻔한 이야기이고 사실은 그런 내용이었어도 어떻게 만들어졌냐에 따라 관객은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방향과 조금 다르게 수학과 우리의 현실을 조명해줌으로써 생각 못했던 수학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 주었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이 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지만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일부러 끄집어내기에는 아까운 선한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선한 영향을 그 자체로 좋은 감정으로 담아두기 때문에 선한 흐름의 방향으로 생각하면 묵묵히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어쨌든 현실보다 조금은 과한 설정은 어느 영화나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완전히 벗어난 영역과 현실 자체를 반영하여 메시지를 주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사이 경계에서 크지는 않지만 작게나마 이해가 되고 일깨워 주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작품성을 따지고 싶지 않아서 많은 것들을 담아내기엔 영화 시간이 소재에 비해 조금 부족한 것이라고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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