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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빼미

 

2022년 11월에 개봉한 올빼미 영화는 유해진과 류준열 배우가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안태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역사적 사실보다는 창작의 범위가 더 많기 때문에 스토리를 납득할 수 있는 내용들을 촘촘히 집어넣어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올빼미는 많은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졌으며 특히 연기에 대한 칭찬이 많은 작품입니다. 저 또한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고 보게 되었지만 기대를 너무 해서인지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캐릭터 설정으로 수준 높은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그리고 연출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실과 거짓

 

주인공인 경수(류준열)는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는 보이는 주맹증 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는 침술사입니다. 뛰어난 침술 실력으로 궁에 들어가게 되며 궁안에서도 사람들이 맹인이라고 알기에 밤에 보인다는 사실을 숨기고 밤에도 안 보이는 척을 하며 생활합니다. 소현세자(김성철)가 죽게 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 사이 일어나는 인물들의 진실과 거짓들이 나열되며 올빼미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스토리는 전개됩니다.

 

 

궁에서는 본 것도 본 것이 아니고 들은 것도 듣는 게 아니고 알아도 모른 척을 해야 하는 경수였지만 진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모든 사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짓으로 물들여진 인물들과 대립하게 됩니다.

 

소현세자가 살아있을 때 경수에게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며 확대경을 선물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확대경을 선물 받고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소현세자에게 감복을 하게 되는데 이후에 경수가 죽음의 진실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왕과 대립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개연성을 위한 요소이며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힘없는 낮은 신분의 경수에게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바꿔준 소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맹인이라는 이유로 경수가 보았다는 것을 믿지 않고 왕의 거짓을 믿었다가 이후에는 반대로 경수의 말을 믿고 왕을 믿지 않게 됩니다. 그런 대조적인 연출은 영화의 바탕을 잘 이끌어주는 훌륭한 점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본 진실과,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의 거짓말 그 경계에서 편견 없이 면밀하게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함에도 덮어놓고 편견을 두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했던 것은 앞을 못 보는 낮은 신분의 경수를 믿고 높은 신분인 왕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더 많이 두어 우리가 생각하는 왕의 권위를 잊게 만들도록 영화는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느끼도록 시대적 배경과 인조의 성격적 결함 그리고 상황을 적절하게 만들어 관객들까지도 그런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짜임새 있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진실과 거짓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그 시대에서 상상할 수 없는 대립관계를 그려가면서 까지 영화는 본다는 의미에 초점을 두고 진실을 외면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 주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영화 보기 전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내주었습니다. 유해진 배우는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다고 했기 때문에 그 연기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구안와사 연기는 기억에 남습니다. 인조의 일그러진 내면까지 이끌어 올려주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는 광기가 드리워진 인물을 섬세한 표정연기로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류준열 배우 역시 그동안 친근하거나 무뚝뚝함, 약간의 장난기 있는 역할, 비슷한 톤의 연기가 떠올랐는데 아무래도 맹인 역할이라서 그런지 소리만을 들을 때의 표정과 보일 때의 표정을 차이 있게 잘 연기해주었고 색다른 캐릭터의 감정연기 또한 좋았습니다. 그런 연기의 칭찬이 많아서 저도 어느 정도 알고 갔지만 사실은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배우는 따로 있었습니다.

 

김성철 배우의 연기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각인이 되었습니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눈빛 연기와 적당하게 스토리의 흐름을 잘 타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튀는 것 없이 자연스러운 흡입력과 예전에 드라마에서 보았는 느낌이랑 확연히 다른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 줬습니다.

 

내면에 슬픔과 몸의 아픔이 있지만 앞의 현실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한 소현세자의 캐릭터가 어떤 마음이고 죽을 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라는 것까지 전달될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가 개인적으로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 연출

 

영화 초반에 날이 밝아오려고 하는 그 톤을 정말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약간 푸른빛을 내는 새벽 느낌의 배경이었던 것 같았는데 저 시간에 누구를 엎고 저렇게 뛰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새벽의 공기가 차가운 느낌을 가져다주며 무엇인가 어두운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 분위기를 충분히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경수의 시선에서 밝음과 어두움을 표현하는 장면을 관객들이 보았을 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불이 꺼질 때의 화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오히려 밝을 때 보다 경수가 볼 수 있는 그 어두운 시점에 덩달아 관객들도 장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수의 시선과 통일감 있는 효과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스릴을 더해 주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예 검은 느낌이 아닌 어두움 속에서 보이는 그 무언가의 중요한 장면들의 조명 처리는 마치 내가 경수의 시선이 된 것처럼 긴장감을 더욱 증가시키고 전체적인 영화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 주었습니다.

 

장면의 온도차를 극명히 드러냄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였고 맹인의 시각에서 보는 빛과 어두움 전환에서도 청각적인 자극을 주는 사운드 효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의 아쉬움

 

 

영화를 보면서 중반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인물들의 특징과 개연성을 위한 밑그림 그리고 설정의 이해를 도와주기 위한 드라마적 스토리가 있어서 필요한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후반부에서는 무언가 급박한 스릴 있는 상황과 동시에  주인공의 활약에 아주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두워서 보이는 것은 알겠지만 맹인치고는 능력자로 보이기 때문에 집중이 조금 떨어졌고 부패한 인간의 권력 욕심 그리고 진실을 말한 경수를 살려두었다는 극적인 반전, 인조에게 침을 놓고 사망하게 하는 장면들까지 자연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서 느껴진 탄탄함과 연출의 수준은 높게 평가할 수 있으며 창작이 많이 곁들여진 역사적 이야기이고 캐릭터 설정의 신선함과 완성도 있게 제작하려고 했던 노력이 돋보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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