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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 상을 모두 수상하고,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영화인 미나리는 그밖에 크고 작은 영화 시상식에 총 217번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으며 그중 108번을 수상함으로써 국내, 해외의 반응도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본, 감독은 정 이삭 감독이며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국 배우인 윤여정, 한예리가 출연했습니다. 극 중 제이콥의 아들 데이비드의 모티브가 바로 정 이삭 감독이며 실제로 감독의 아버지는 병아리 감별사 일을 했다고 합니다. 감독에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모든 걸 담아낸 작품이었으니 더욱 뜻깊었을 것입니다. 상영시간은 115분이며 네이버 관람객 평점 8.32 국내 관객수 113만 명으로 2021년 3월에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 속에서 가족의 의미와 우리들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영화입니다. 배경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라는 시골마을 입니다. 시골로 이주한 한국 가족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그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이주민의 경계선
결혼을 통해 성인이 되면서 미국으로 이주한 부부는 캘리포니아에서 시골 아칸소라는 곳으로 이사를 와서 정착하게 됩니다. 한국인도 없고 한적하고 낯설기만 한 시골생활에 불편해하는 모니카(한예리)와 큰 농장을 제대로 꾸려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제이콥(스티븐 연)의 야망 사이에서 부부는 갈등을 여러 차례 겪게 됩니다.
아들 데이비드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했고 모니카는 이런 상황이 막막하게 느껴지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제이콥은 농장일을 하고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맞벌이로 인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외할머니 순자(윤여정)가 와서 가족과 같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생활한 아이들과 한국 할머니인 순자의 정서와 문화 차이로도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친밀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제이콥이 호기롭게 큰 농장을 꾸리려고 산 땅은 좋은 땅이지만 물을 구하기 힘든 땅이어서 처음엔 자기 방식대로 땅을 파서 물을 공급받았다가 나중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가는 상황이 연출 됩니다.
돈을 내며 수도를 연결해서 농장일을 진행하지만 결국 집에는 물이 끊기게 되고 이러한 내용전개는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해 경험하는 이민자의 어려움과 고충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주민의 힘들고 머나먼 적응기 속에서 차별의 한계점을 느낄수 있지만 가족들의 삶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보면 그 경계선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갈등의 봉합을 그려낸 섬세함
부부의 갈등과, 할머니와 아이들의 감정 교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궁금했습니다. 억지로 주어진 삶에 적응해 보려 노력하지만 집안일과 바깥일 , 뇌졸중으로 쓰러진 순자까지 부양해야 하는 현실을 견딜 수 없어하는 모니카와 아빠로서 뭔가 해내고 싶어 하는 제이콥의 갈등은 심화되었고 이 두 사람은 다시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농작물 납품에 성공하고 데이비드는 심장이 좋아졌다는 좋은 소식이 있었음에도 접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이 났을 때 심장병이 있었지만 할머니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뛰었던 데이비드의 도전, 한인 가게에 납품 성공 후 농작물 창고는 결국 불에 타버리게 되지만 부부가 함께 힘을 합치며 불을 끄려 안간힘을 쓰다 서로 안게 되는 장면이 나오면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서로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요소를 여러 개 심어놓고 그 안에서 스토리를 연출했다는 점이 섬세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이 닥친 순간에 가족은 하나가 되고, 그 이후로 할머니가 심은 냇가의 미나리를 보면서 제이콥이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시간만 허락한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영화 속 가족들에게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 발판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가족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좋은 자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공통점
미나리를 보면 갈등이 불쾌하기도 하고 감정선이 날카로워지고 답답한 장면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우리의 삶도 행복함만 있는 것이 아닌 가족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하고 안좋은 상황들이 나타날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생기고 그로인해 흐르는 시간과 함께 다시 잔잔하게 인생이 흘러갑니다. 싸움도 갈등도 상처도 살아가다 보면 피할수 없는 것이고 살기위해 벌어지는 마찰이라고도 볼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나리처럼 어떤 곳에서든 잘 살아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태 그렇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