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로맨스 영화 중에 예고편을 보고 이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수위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재밌게 잘 풀어나갔던 작품입니다. 애매한 관계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개념에 대해서 공감을 잘 못할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많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해도 굉장히 잘되었습니다. 손석구 배우에게 매력을 흠뻑 느꼈던 터라 더욱더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한 연애 빠진 로맨스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마침 넷플릭스에 나왔길래 떡볶이를 냠냠 먹으면서 감상했습니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이 거대한 감정은 저 또한 궁금합니다. 사랑을 정말 해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고도 싶습니다. 어쩌면 이게 정말 사랑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헤어지면 끝나버리는 감정은 수없이 반복해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 광범위합니다. 일단 영화 속에 포커스를 두고 두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녀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설렘을 지나고 없어서는 안 될 나의 분신과도 같은 영원한 단짝 같은 친구, 그리고 처음과 같은 설렘은 없지만 어느 순간 정과 의리로 탈바꿈해서 옆에 없어도 될 것 같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한 감정, 정말 인간에게는 이런 감정의 결여는 불가피한 것이 아닐까요? 영화 속 여주인공 자영(전종서)이 우리(손석구)에게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질문은 연애는 시간낭비라고 말하지만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솔직한 인간적인 질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만나던 사람에게 각자 상처가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 비슷한 경험으로 이별과 배신의 상처 그로 인해 사랑이라 믿었던 그 감정의 상처를 맛보았듯이 말입니다. 사랑은 이거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영화에서는 사랑은 정신병이라는 말, 쓸데없는 감정소모라는 말, 헤어지면 사랑했던 것들 모두 더러운 기억이 된다는 것은 그만한 상처가 있어서 나온 말들인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사랑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은데 말이죠,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사람이고 어떤 상처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이라서 만남에 있어서 사랑은 좋다가도 아픔인 모순덩어리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이런 게 사랑이야, 내가 하고 있는 게 바로 사랑이지, 이 사람보다 더 사랑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라는 말을 하면서도 헤어짐과 동시에 안타깝게도 사랑은 불필요한 감정소모, 시간낭비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만큼 속상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이라는 것도 순간인 것처럼 사랑도 순간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느낌 자체에 감동하는 애틋한 마음이야 말로 인생에 없어서는 활력이 되는 중요한 감정이고 사랑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한다는 틀을 벗어나 우리는 그 감정을 어떻게 잘 이끌어 나가야 할지 얼마나 더 상대를 아껴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진심으로 나 자체를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면 영화처럼 시작은 가벼웠지만 진심을 통해 사랑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애에 대한 개념
만남 어플을 통해 알게 된 두 주인공은 첫 만남의 경계심과 잘 보일 필요가 없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대놓고 솔직발언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상처와 진심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데, 연애에 대한 개념이 초반에 보면 이상하게 부정적으로 보이고 , 너무 가볍고, 경솔하고, 진실되지 않는, 그러면서 남녀의 성적인 관계가 포커스 되며 즐기기만 하는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예의를 차리고 상대의 생각을 배려하면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며 만나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첫 만남과는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연애에 지쳤지만 이성은 만나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관계일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가는 데에 망설임과 속 시원하지 못한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멀어지기도 합니다. 애매한 관계일수록 믿음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더 쉽게 오해가 쌓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연애관도 다르고 각자의 상황에서 연애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쏟아도 결국에는 헤어질 인연이라는 생각 때문에 확실하게 다가갈 수 없다는 닫힌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사랑을 느끼고 이별의 아픔을 느끼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도 헤어지게 되지만 확실한 연애라는 틀 안에서 더 솔직하게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가벼운 만남 그리고 쿨한 이별이라는 것은 있을까요?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접목시켜 만남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애매한 것이 싫은 사람은 확실한 연애라는 도장을 찍고 시작하는 연애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작은 파트너로 시작했을 뿐 시간이 지나며 서로 정이 쌓이고 호감이 높아지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져 결국은 연애를 하게 되는 결과는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영화 속 여자주인공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너무 가볍고 육체적인 만족만 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만남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교류는 로맨스였습니다. 남녀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은 각자 다릅니다. 만남의 시작이 옳고 그르다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영화 역시 사랑을 마주했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진심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그 감정을 이어나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
자영의 할머니가 어떨 땐 주인공도 해보고 조연도해보고 엑스트라도 해보는 게 즐거운 인생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지 못할 때 상심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대사를 듣고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지만 이별 후에는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리고 어떨 땐 관전하는 이름 없는 일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인 게 맞지만 그 위치는 내가 어떤 상황을 겪느냐에 따라 한없이 초라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에 휩싸여 내가 상대에게 이젠 의미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작아지기보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이런저런 위치가 되어보는 것이 인생의 재미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면 조금 해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무대에 주인공이 나라는 생각에 갇혀있으면 사랑에 뒤쳐지는 나 자신이 더욱더 안쓰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말은 사랑뿐만 아니라 인생전체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사랑이야기이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연애라는 타이틀만 없었지 로맨스는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울고 웃는 아름다운 에피소드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도 결국 로맨스는 로맨스입니다.
손석구배우와 전종서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잘 녹아져 있습니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대사나 감정의 전환을 만들어주는 연출 또한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로맨스 영화는 매번 볼 때마다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가 남녀의 심리와 사랑의 감정을 자극해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