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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E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영화입니다. 겟 아웃, 어스로 유명한 감독의 새롭게 나온 영화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기대와 관심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 저 또한 어스는 보지 못했어도 이영화는 보고 싶었습니다. 미스터리 한 내용에 정체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외계 생명체를 촬영하기 위해 두 남매가 벌이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잔혹함과 공포는 영화를 실제로 보게 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공포 호러 영화라고는 단언할 수 없는 약간의 미스터리함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깊게 생각해 보면 무서운 것이 표면으로만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극적인 재미는 없었지만 보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던 영화입니다.

 

하늘의 생명체

예고편을 보면 거대한 UFO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용해 대박 영상을 기획한 남매의 이야기로 보이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것보다 좀 더 대단하지만 난해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부수적인 스토리도 풍부하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서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는 말을 기르는 목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기묘한 현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이후 목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하늘에 있는 거대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친동생과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큰돈을 벌어들일 생각을 합니다. 또한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리키 주프박( 스티븐 연)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이 생명체에 대한 반응과 느낌이 다른 것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였지만 목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생의 권유로 영상을 찍어 정체를 확실히 밝히기 위해 CCTV를 집 주변 여러 군데 설치하고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그사이 주피터 파크에서는 관객들과 리키 주프박, 그의 가족들이 하늘의 생명체에게 잡아먹히게 됩니다. 갈수록 잔인함과 공포를 몰고 가는 연출과 인물들의 설정들이 개연성도 없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생명체가 확실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영화 후반부에 나오게 됩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웅장하며 신비스러움과 동시에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했기 때문에 저는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들만의 상상력

하늘의 UFO를 보게 되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들 또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매는 그것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OJ는 말 조련사이기 때문에 동물에게 진심으로 소통하려 노력하고 말 앞에서 해되 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생명체에게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고 결국은 여동생과 자신의 목숨도 지켜내게 됩니다.

그런 남매와 다르게 리키 주프박 이라는 인물은 이 생명체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그동안 말들을 구매해 하늘의 생명체에게 바치며 길들였다고 착각한 것인지, 자신 있게 사람들에게 소개하지만 먹이로 주려고 했던 말이 나오지 않게 되자 거대 생명체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다 빨아들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다룰 수 없는 저 무서운 것을 어떻게 길들였다고 착각할 수 있었을까요? 영화의 첫 시작은 예고편을 봤던 느낌이랑 달라서 영화관을 제대로 들어왔나 확인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주프박이 어린 시절 인기 있는 아역배우였을 때 생방송 중인 시트콤에서 침팬지가 벌인 사고 장면이었습니다. 그 사건에서 주프 박만 살아남게 됩니다. 공격당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과 침팬지가 교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지만 눈을 마주칠 수 없던 탁자 밑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착각이 하늘 위의 생명체와도 교감이 가능하고 길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결국 몇십 명의 사람들이 먹이가 되어 버립니다.

인간이 동물을 길들인다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동물들의 특성과 그들의 영역을 생각하지 않고 이용하려 하게 되면 일종의 착취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OJ가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프박은 통제하려고 했던 행동이 대비되었습니다.

제가 또 잠시 주목했던 인물은 남매와 주프박 말고 한 명 더 있습니다. 카메라 맨으로 나오는 홀스트입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화면에서는 포식자의 눈, 잡아 먹히는 장면들이 주로 나옵니다. 왜 저런 장면들을 보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확한 해설은 아니지만 제가 의문을 품다가 나중에 그가 한 행동을 보며 느꼈던 것은, 그런 포식자에 대한 매력에 빠져있어 보였고 그런 포식 활동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동경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식 장면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모른 채, 아니면 자기 자신을 던지며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름을 돌리다가 결국 그렇게 죽게 되면서 그동안 찍었던 필름 역시 다 사라지게 됩니다. 인물들 각자의 상상력과 행동들을 파악하기에는 저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생각과 생각의 꼬리를 물어 연결시키는 것과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는 요소들을 조합해보면 정말 생각해 볼것들이 많았고 감독의 기발한 발상과 연출에 감탄도 했습니다.

 

지켜보는 눈

영화 속에서는 눈의 키워드를 집중하게 만드는 장면과 스토리가 많습니다. 외계 생명체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 OJ는 여러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게 됩니다. 지켜보는 행위, 구경하는 행위, 관찰과 감시하는 모습 등, 모두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소품들도 눈이 그려진 게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 말고도 두 남매가 서로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두 손가락으로 제스처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눈에 대한 시선들은 각자의 트라우마 또는 관심과 인정, 애정의 시선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모든 요소들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정말 많은 추측을 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이니 만큼 확실하게 표면적인 뚜렷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순한 스토리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한 물체, 그리고 조금은 지루하지만 광활한 배경에서의 잔인함과 공포,  거대함, 그리고 여동생을 응원하는 OJ의 지켜보는 눈, 하늘에 있는 생명체를 목격하는 우리와 우리를 지켜보는 괴물의 눈, 신선하고 감독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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